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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

그 놈의 자존심

by Iamhere 2009. 5. 23.


#1_

요즘 들어 나 자신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가족 이외의 누군가와 거의 처음으로 깊이 있는 관계를 맺게 되어서 그런가? 늘 익숙한 곳에서 안정적으로 살아오다가 남과 부대끼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내 자신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나에 대한 생각들의 단편 속에서 가장 양면적인 가치를 지닌 건 바로 '그 놈의 자존심'인 것 같다.

아주 어린 시절에서 기억나는 게 있다면 엄마 아빠와 같이 가위로 모양 자르기를 했던 기억이다.
엄마가 그린 그림들-꽃, 풀, 책 등-을 선을 따라 잘 짜르면 되는 뭐 아주 간단한 놀이였다.
한 번은 내가 가위로 삐뚤빼뚤하게 잘라놓은 그림들을 보고 엄마가 승현이가 한 거 보라고- 조금 더 꼼꼼하게 자르라고 말했었다. 그 때의 서러움과 분노가 아직까지도 기억나는 걸 보면 난 참으로 어릴 때부터 한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나보다 싶다. 그 이후로 나의 공부하는, 노력하는, 원동력은 나의 자존심이었던 것 같다. 언니와 그 누구한테도 지기 싫었고, 졌을 때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던 기억도 난다.

좋게 보면, 그놈의 자존심은 지금까지 살아온 짧은 인생의 원동력이 되어 온 것이다.
공부 열심히 하고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보는 데에 있어 연료가 된 자존심.

그렇지만 요즘은 그 해악이 가슴을 저릿하게 한다.
난 그 놈의 자존심때문에 누군가에게 얕잡아보이기 싫어한다.
약점을 보이면 무너질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완벽해보여야 하고, 나는 점점 더 방어적으로 변한다.
잘 모른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새로운 것을 배우기 어렵고, 남들에게 진정으로 내 모습을 보여주기 어렵다.

나는 그렇게 똑똑한 사람이 아니다.
그렇지만 나름 노력해왔고 이룬 것이 있어 그것이 내 자신을 지탱해온 것 같다.
하지만 자존심을 내려놓고 진정한 내 자신의 모습과 대면할 때
난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남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어렵지만,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도,

어렵구나.


#2_
영어를 잘 해서 좋겠다는 칭찬은 옛날에는 기분 좋았고 내적인 프라이드 중 하나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누군가가 나를 '영어 잘 하는 애'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나보다 영어 잘 하는 애야 널리고 널렸다.-_-
영어는 단순히 도구일 뿐이다.
다른 무언가로 빛나는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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