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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

Orange Fizz Cocktail

by Iamhere 2014. 8. 13.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한 평생 절제와 중용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를 실천하고자 많이 애를 썼다. 특히나 이 절제는 인생의 언뜻 보기에 가벼워 보이는(?) 외향적이거나 순간적인 것들, 이를테면 패션, 뷰티, 돈을 들여서 맛있는 것을 먹거나 여행을 가는 것에 적용이 되었는데, 일례로 화장하는 것에 너무 관심이 없어서 올해 처음으로 아이라인이라는 것을 제대로 그려보기 시작했을 정도이다. 외적인 것은 한 순간이고 허무한 것이지만 내면의 지식 또는 생각으로 구성된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는 것을 최고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 생각이 바뀌고 있다. 아마도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이제야?!!) 메멘토 모리의 이치를 깨친 것이 아닐까 싶다. 해골이 그려진 옛 정물화들은 우리에게 죽음을 기억하라고 상기시켜준다. 얼마 전 앤디 워홀 미술관에서 본 앤디 워홀의 컬러풀한 해골 그림은 다시금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주었다. 아 인간은 영원불멸의 존재가 아니지..



피츠버그 앤디 워홀 뮤지엄에 전시된 -Skulls-


  영원히 사는 것도 아닌데 기왕 한 번 인생 사는 거 나도 그러한 욕망에 좀 더 솔직해지고 스스로를 옥죄는 것을 이제부터라도 그만 두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점점 들고 있다. 예쁜 것을 입고 치장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하는 그런 본능적인 욕망들이 과연 저급한 것일까? 욕망들을 서열화하고 우선 순위를 두는 내가 오히려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물론 사치와 향락은 경계해야 하겠지만 지나치게 금욕적인 태도도 풀어버려야 더 풍요롭고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참 맥락상 뜬금 없지만 칵테일 만드는 취미를 가져보기로 했다. 물론 디씨 다녀오면서 사촌 언니의 애주가 남친에게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은 사실이다 ㅋㅋ (내가 진, 럼, 보드카의 차이를 모르겠다고 했더니 반은 어이가 없어하면서도 반은 신난 태도로 각각 따라주면서 각각에 대해서 명 강의를 해준 요한에게 무한 감사를..ㅋㅋ). 그러나 칵테일이라는 것이 주는 즐거움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가! 달달하면서도 묘하게 경계를 풀게 하는 알코올의 힘! 오늘 처음으로 집 바로 밑 Wine and Spirits에서 일단 럼과 진을 구입했다. 처음으로 도전해본 칵테일은 Orange Fizz Cocktail ( 레시피는 요기). 물론 쉐이커도 없어서 보온병에 넣고 쉐킷쉐킷한 건 부끄..거기다가 들어가야 할 재료 두 가지도 그냥 패쓰 ㅋㅋ 그래도 노오란 색, 차디찬 잔과 달달한 맛은 행복 그 자체! 앞으로도 더 다양한 칵테일에 도전해봐야지! (제발 돈이 너무 많이 들지는 않기를..ㅋㅋㅋ)



진과 럼. 진에서는 허브향 나는 게 특이하다!


우리 집 캐비넷을 채우기 시작한 술들. 와인과 위스키말고도 이젠 진과 럼도!


오렌지 피즈 칵테일 (다음에 가니쉬를 위한 레몬에선 씨를 빼야겠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