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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 Listen Do Think/Books

Sleeping Murder_ Agatha Christie

by Iamhere 2010. 1. 25.
Sleeping Murder
카테고리 문학/만화
지은이 Christie, Agatha (Signet, 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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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는 Salman Rushdie의 『Satanic Verses』을 빌리려고 갔으나 그 엄청난 두께에 한 숨이 나와 서가에 다시 꼽아버리고 말았다. Salman Rushdie 이 사람은 정말 한 번 쓰기만 하면 무조건 대량으로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 같다. 『Midnight's Children』도 너무 재밌었는데 결국 다 못 읽은 기억이 난다ㅠ. 어쨌거나 루쉬디는 포기하고 문득 추리소설이 읽고 싶어져서 아가사 크리스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집으로 들고온 녀석이 『Sleeping Murder』이다.

 『Sleeping Murder』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이나『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처럼 처음부터 큰 스케일로 시작하지 않는다. 한 신혼부부가 어떤 마을로 이사오면서 18년 전에 일어났지만 철저히 숨겨진 살인사건의 단서를 포착하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살인사건과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차츰차츰 등장하고 이들에게서 단서를 찾고 범인을 좁혀나가는 이야기 구성은 매우 탄탄하고 흥미진진하다. 우연한 사건과 합리적인 추리가 절묘하게 결합되는 양상도 재미나다. 그리고 반전은 나도 예상하지 못했던 바이다.
 이 책은 추리소설로서의 재미도 있었지만 이런 저런 다른 생각들도 안겨주었다. 먼저, 시대적 배경이 70년대이다보니 단서를 포착하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고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이 굉장히 아날로그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집전화로 전화해서 약속을 잡고 누군가를 찾아가거나 편지를 써서 누군가에게 와달라고 부탁한다든지 하는 장면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누군가가 호텔에 묵었다는 기록 또는 결혼 기록은 전산으로 확인할 수 없고 직접 호텔 또는 동사무소를 방문해 방명록 또는 서류를 참고한다. 또, 어떤 인물의 이력이나 배경은 정보원과 함께 차를 마시면서 직접 말로서 듣는다.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의 페이스가 상당히 길게 잡아당겨진 것 같은 느낌이다. 사건은 차근차근, 조심조심 전개되는 것이다. 웬만하면 긴장과 긴박감이 흐르는 추리소설에서도 이렇게 40년 전의 삶의 속도를 감지할 수 있다.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미스 제인 마플이나 신혼부부에게 핸드폰과 인터넷을 쥐어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더욱 긴박감이 넘치는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속도를 예찬하는 시대에 사는 현대인에게 미스 제인 마플은 답답해보일 수도 있겠다.
 또 한 가지 눈에 띄었던 점은 이 책에서 여성이 묘사되는 모습이다. 일단 날카로운 통찰력과 이성을 가져야만 하는 추리라는 영역에 여성, 게다가 나이가 많은 여성-미스 제인 마플(비단 이 책 뿐만 아닌 그녀가 주인공인 모든 책에서)-을 사건 해결의 주인공으로 둔다는 점에서 아가사 크리스티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책에서는 여전히 남녀의 특질에 대한 고정관념들이 엿보인다. 특히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남편과 부인의 역할이 대조되는데 남편은 주로 추리를 도맡아서 하고 부인은 추리를 보조하거나 사건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주로 보인다. 또 추리를 하는 과정에서 부인은 직관과 감각을 따르는 반면 남편은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모습이 대비된다. 둘이 경찰관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에도 차이가 드러나는데 아가사 크리스티는 남편의 이야기를 most valuable하고 coherent한 것으로, 부인의 말은 incoherent하지만 imaginitive power가 큰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물론 남녀가 같은 사건 및 상황에서 보이는 반응과 태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요한 사건을 다루는데 있어 부인의 역할을 살짝 깎아내리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은 지울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삶의 속도와 추리소설 속 여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준 책.
 not to mention a good read overa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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