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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 Listen Do Think/Books

Muddling Through

by Iamhere 2009. 10. 8.

  헌법재판소 견학문을 쓰면서 다시 칼 포퍼의 『역사주의의 빈곤』을 들춰보게 됐다. 포퍼의 주된 논의는 사회를 거대한 모델로 압축시켜서 역사적인 예측을 가능하게 하려는 역사주의라는 사회과학적인 관습을 비판하는 것. 역사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포퍼가 제안하는 것은 muddling through, piecemeal tinkering 혹은 piecemeal social engineering이다. 하나의 역사적 운명을 운운하기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수정과 개선을 거듭해서 그로부터 배우고 나아가는 과정이 우리를 사회의 본질에 더 가까워지도록 도와주고 역사주의로 인해 일어났던 역사적 실수들을 피하게 한다는 것이다.

 문득 어제의 허무함과 오늘로 이어지는 허무함에 대해 생각하면서 인생도 'muddling through'가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 나는 나의 미래와 주변 사람과 사회의 미래가 궁금하고 어떤 거대한 미래를 상상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늘 알 수 없기 때문에 허무함만 불러일으킨다. 그것보다는 현실에서 조금씩 조금씩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쌓이고 쌓여서 나중에 무언가가 될 것이라고 믿고 나아가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물론 어떤 전체적인 결론이나 결과 없이 '과정'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은 힘들다. 당장 보이는 이득도 없어 보이니까. 하지만 공부에 있어서, 사랑에 있어서, 그냥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muddling through 해야 한다. 믿음을 가지고.
안 그러면 난 수학문제 풀 때 답이 나오지 않아 문제 푸는 그 과정을 못 견뎌하는 재용이를 야단 칠 자격이 없는 거다.

음..초콜릿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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