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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 Listen Do Think33

Georgia O'keefe_Music Pink and Blue No.2 타임지를 뒤적이다가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칸딘스키와 오키프를 기념하는 전시가 뉴욕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오키프의 대표작으로 게재된 작품은 "Music Pink and Blue No2". 예전에 오키프는 여성 화가이자 꽃을 소재로 그리는 화가라는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올랐지만 그 당시에는 그 이상의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이 그림을 보자마자 스쳐지나가면서 좋은 향기를 살짝 맡을 때의 감각의 떨림을 느꼈다. 흐르는 듯한 고운 선은 처음 볼 때 꽃 같으면서도 여성의 음부 같으면서도 계속 쳐다보고 있노라면 세상 사물 그 어느 것도 아닌 세상의 중심과 아름다움을 축약한 그 무엇과 같아 오묘한 감정을 선사한다. 색깔도 어쩜 이리 고울까. 내가 디자이너라면 이 그림을 영감으로 삼아 하늘거리는 쉬폰으로 원피스를 만.. 2009. 12. 5.
1Q84 _무라카미 하루키 1Q84. 1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09년) 상세보기 1Q84. 2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상세보기 대학교 1학년 때인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고는 이해도 못하고 우울한 기분만 진창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1Q84도 보나마나 비슷한 분위기의 이야기겠지 하면서 읽을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심지어 승현이가 읽기 시작했을 때 옆에서 슬쩍 읽어 본 페이지를 나는 우울하고 이해불가능한 이야기의 틀로 해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읽어봤더니 원효대사가 해골물인 것을 알고 토해냈을 때의 느낌과 비슷한 깨달음이 일어났다랄까..ㅋㅋ 처음 내가 가지고 있었던 고정관념을 적용시켰을 때 읽었던 페이지가 실제로 읽어보았더니 그와는 전혀 다른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다. 스토리는 사.. 2009. 11. 21.
걸어도 걸어도_고레에다 히로카즈 (2008) 걸어도 걸어도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2008 / 일본) 출연 아베 히로시, 나츠카와 유이, YOU, 키키 키린 상세보기 『걸어도 걸어도』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또 다른 작품인 『아무도 모른다』를 보면서도 생각한 것이지만 이 사람은 정말 천재인 것 같다. 어쩜 이렇게 섬세하고 미묘하게 삶과 인간의 갈등, 고뇌, 사랑, 기쁨과 아픔을 하나의 작품에 잔잔하게 녹여낼 수 있을까? 게다가 긴 쇼트와 느릿느릿한 전개는 마치 다큐멘터리와도 같아서 한 편의 영화를 봤다기보다는 누군가의 삶을 잠시 들여다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가족'에 대해 이야기 한다. 가장 친밀하고도 끈끈한 가족이라는 공간. 하지만 과연 그렇기만 할까? 오히려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다가가는 .. 2009. 11. 13.
Muddling Through 헌법재판소 견학문을 쓰면서 다시 칼 포퍼의 『역사주의의 빈곤』을 들춰보게 됐다. 포퍼의 주된 논의는 사회를 거대한 모델로 압축시켜서 역사적인 예측을 가능하게 하려는 역사주의라는 사회과학적인 관습을 비판하는 것. 역사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포퍼가 제안하는 것은 muddling through, piecemeal tinkering 혹은 piecemeal social engineering이다. 하나의 역사적 운명을 운운하기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수정과 개선을 거듭해서 그로부터 배우고 나아가는 과정이 우리를 사회의 본질에 더 가까워지도록 도와주고 역사주의로 인해 일어났던 역사적 실수들을 피하게 한다는 것이다. 문득 어제의 허무함과 오늘로 이어지는 허무함에 대해 생각하면서 인생도 'muddling through'가 필.. 2009.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