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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 Listen Do Think/Films

걸어도 걸어도_고레에다 히로카즈 (2008)

by Iamhere 2009. 11. 13.
 
걸어도 걸어도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2008 / 일본)
출연 아베 히로시, 나츠카와 유이, YOU, 키키 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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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어도 걸어도』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또 다른 작품인 『아무도 모른다』를 보면서도 생각한 것이지만 이 사람은 정말 천재인 것 같다. 어쩜 이렇게 섬세하고 미묘하게 삶과 인간의 갈등, 고뇌, 사랑, 기쁨과 아픔을 하나의 작품에 잔잔하게 녹여낼 수 있을까? 게다가 긴 쇼트와 느릿느릿한 전개는 마치 다큐멘터리와도 같아서 한 편의 영화를 봤다기보다는 누군가의 삶을 잠시 들여다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가족'에 대해 이야기 한다. 가장 친밀하고도 끈끈한 가족이라는 공간. 하지만 과연 그렇기만 할까? 오히려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다가가는 것이 힘들기도 하고 사소한 것으로 상처 받는 것이 가족이라고 감독은 말하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집은 장남 준페이의 기일을 맞아 오랜만에 모인 가족 식구들로 왁자지껄하다. 맛있는 옥수수 튀김도 먹고 수박도 깨뜨리고. 하지만 그 왁자지껄함 뒤에는 그들이 안고 살아가는 아픔과 토라짐들이 있다. 사위가 화장실 타일을 고쳐주겠다고 하자 손사래 치며 거절하는 할머니도 돌아서서는 고쳐주지 않은 사위에 대해 푸념하고, 료타의 새 부인은 할머니가 료타의 파자마만 사고 자신과 전남편 사이의 아이를 위해서는 사주지 않았다는 데에 마음이 상하고, 료타는 아버지의 의사였던 장남에 대한 편애에 기가 질리고...마치 오래 보여줬던 아이들의 손이 나무의 꽃에 닿을 듯 말 듯 했던 클로즈업 장면처럼 가족은 그렇게 닿을 때도 있지만 닿지 못하는 경우도 그만큼 빈번한 위태위태한 존재인가보다.

 하지만 고레에다 감독은 가족에 대해 비관적이지 않다. 할머니가 좋아하는 추억의 노래처럼 가족은 '걸어도 걸어도' 영원히 함께 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래도 험난한 세상 속에서 포용해주고 따스하게 어루만져주는 것은 바로 가족이다. 결국 끝에 어머니에게 스모 선수 얘기를 못해주고 아버지와 축구를 보러 가지 못하고 어머니를 차에 한 번도 태워주지 못했다는 료타의 회한 어린 내레이션이 이를 잘 얘기해주고 있다. 승현이 말에 따르면 "튀김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 먹으면 눅눅해서 맛이 없다"는 말이 바로 가족에 대한 알레고리였단다. 튀김처럼 가족도 있을 때에 잘하라는 함축적인 의미인 것 같은데 그러한 세심한 부분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나는 또 다시 히로카즈 감독의 섬세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여름날의 매미소리였다. 대사가 별로 없고 그다지 큰 해프닝이 일어나지 않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 속에서 매미소리는 독특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아무도 모른다』에서는 찌는 듯이 더운 여름날, 버려진 아이들의 존재에 대한 사람들의 무심함과 점점 고조되는 그들의 삶의 막막함을 드러내주는 것 같았다. 『걸어도 걸어도』에서는 매미소리는 배경음처럼 그다지 신경 쓰지 않게 된 것들이지만 늘상 거기에 존재하는 미묘한 갈등과 감정의 교차선을 표현해주는 것 같았다.

 이번 해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우리 나라 배우인 배두나와 『공기인형』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라면 또 다시 새로운 수작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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