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선라이즈, 선셋, 미드나잇 3부작을 감명 깊게 본 터라 (특히 결혼과 사랑에 대한 더 현실적인 감각을 살린 마지막 미드나잇) 링클레이터의 신작인 보이후드에 대해서도 흥미를 가졌으나 학기 중이라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러다 비행기에서 보게 되었는데 이 영화도 참 괜찮다. 주인공은 남자 아이이지만 한 가족 전체가 거의 10년 넘게 성장하고 변해가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해주는 방식은 새롭다. 결국 크나큰 사건 사고들이 인생을 결정 짓는 것이 아닌 그냥 이러 저러한 작고 소소한 순간들이 모여서 인생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소박한 시선은 전전긍긍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따스한 위로가 된다. 아, 그리고 결혼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깨알 같은 교훈을 주는 게 아닐까 ㅋㅋ 싶다.
우디 앨런은 늘 재치 있고 뭐랄까 속물에 대해 까는 걸 좀 좋아하는 것 같다. 이 영화에서 케이트 블란쳇은 뉴욕의 상류층 라이프를 만끽하다가 하루 아침에 사기꾼 남편 때문에 거리에 나앉게 생긴 여성 재스민을 연기하는데, 그녀의 인생 추락(?) 및 왜곡된(?) 삶의 방식은 그녀가 샌프랜시스코의 중산층 동생네 집에 머물게 되면서 더욱 대비/강조된다. 직업도 없으면서 샤넬과 에르메스를 걸친 그녀의 남자를 잘 만나야 한다는 큰소리는 어이가 없고 코믹하다. 영화는 내 한 몸은 책임져야 겠구나라는 페미니즘적인 간접적인 교훈과 함께 재스민에 대한 연민을 자아낸다. 케이트 블란쳇의 멘붕 연기는 근데 정말로 수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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