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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ddling Through 헌법재판소 견학문을 쓰면서 다시 칼 포퍼의 『역사주의의 빈곤』을 들춰보게 됐다. 포퍼의 주된 논의는 사회를 거대한 모델로 압축시켜서 역사적인 예측을 가능하게 하려는 역사주의라는 사회과학적인 관습을 비판하는 것. 역사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포퍼가 제안하는 것은 muddling through, piecemeal tinkering 혹은 piecemeal social engineering이다. 하나의 역사적 운명을 운운하기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수정과 개선을 거듭해서 그로부터 배우고 나아가는 과정이 우리를 사회의 본질에 더 가까워지도록 도와주고 역사주의로 인해 일어났던 역사적 실수들을 피하게 한다는 것이다. 문득 어제의 허무함과 오늘로 이어지는 허무함에 대해 생각하면서 인생도 'muddling through'가 필.. 2009. 10. 8.
데일 치훌리_유리로 만든 세상 유리 공예는 그 매체의 특성상 놀라움과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흔히 '유리'처럼 깨지기 쉽다고들 하지 않나. 헌데 유리 공예는 상상하기도 힘든 투명하고도 신선한 색색깔의 역동적인 모양들을 탄생시키면서 유리의 나약함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단번에 뒤집는다. '어떻게 유리로 저런 걸 만들지?'라는 생각과 함께 섬세하고도 고운 각양각색의 유리 작품들은 적잖은 감탄을 자아낸다. 나 역시 베네치아에서의 작고 귀여운 유리 조각들을 보면서, 그리고 일본에 있을 때 TV에서 유리로 요리를 묘사하라는 공예 경연 대회를 보고는 유리 작품들의 매력에 빠져 한 때 잠시 유리 공예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자그마한 유리 그릇이나 조각들을 넘어서서 유리 공예를 예술의 경지로 이끈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데일.. 2009. 9. 23.
Vanitas vanitatum omnia vanitas 뭔가 열심히 나름대로 살고 있는데 갑자기 모든 것이 '헛되다'는 무서운 느낌이 엄습할 때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할까? 마음 속 공허함을 한 가득 떠 안고 무심코 둘러보던 어느 스누라이퍼의 글이 가슴에 와 닿았다. "출장지의 드넓은 호텔방에 혼자 누워있을 때나, 각잡힌 정장을 입고 어른대접을 받을 때, 뭔가 뿌듯한 일을 해내고 돌아섰을 때, 문득문득 끔찍하게 외롭다. 나 하는 일이 아무리 대단하다 믿어봐도 거대한 시스템의 대체가능한 부속품이라고 하면 딱히 할 말도 없다. 내가 자부심을 갖고 읽어왔던 책은 남들 다 읽는 베스트셀러일 뿐이고 젠체하며 들었던 음악도 실은 많은 사람들이 다 알고 좋아하는 음악일 뿐이다. 너 오늘 수고했다고 머리 쓰다듬어주면서 웃어주고, 읽은 책으로 말할 거리를 만들어주고, 내가 .. 2009. 8. 19.
On My Mind 1. Lessons Learnt 요 며칠 간 학생자율연구 계획서를 쓰고 승인 받는다고 정신 없었다. 특히, 연구를 지도해주실 교수님과 연락해서 직접 이야기도 나누고 승인도 얻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애를 많이 먹었다.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교수님의 승인을 얻어내는 순간, 일단 승인을 얻었다는 생각에 기뻐서 서명을 받아야 하는 칸을 하나 채우지 못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어차피 제출일은 다음날이고 일단 뒤에 승인을 한다는 곳에는 서명이 있으니 괜찮겠지 뭐~ 하고 제출했는데 당장 몇 분 뒤에 서명이 없다는 문자가 띠링-_-. 교수님께 전화 걸고 부랴부랴 연구실 찾아가서 또 서명을 받고 다시 제출하러 기초교육원으로;; 레슨넘버원. 미심쩍은 게 있으면 어물쩍 넘어가지 말자. 어차피 탄로 난다. 결론: 할 .. 2009. 7. 18.